알렉산드루 비트너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

루마니아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 알렉산드루 비트너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가, 1990년대 루마니아로 돌아가 사업을 했습니다. 그 사이 자신이 매년 FBAR(해외금융계좌 신고)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.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5년치를 한꺼번에 신고했는데,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. IRS는 그가 5년 동안 보유했던 계좌 하나하나를 세어 벌금을 매기려 했습니다. 계좌 총 272건에 계좌당 최대 벌금인 1만 달러를 곱하여 272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이 나왔습니다.
근데 이 사건이 연방대법원까지 갔습니다

비트너는 이 계산법에 반발해 소송을 걸었고, 사건은 2023년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. 쟁점은 단순했습니다. 비고의(non-willful) FBAR 미신고 벌금의 상한 $10,000(현재는 물가연동으로 $16,536)이 계좌 하나당인지, 보고서(연도) 하나당인지. 계좌당이면 계좌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벌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, 보고서당이면 계좌 개수와 무관하게 한 해에 한 번만 벌금이 매겨집니다.
판결은 5:4로 팽팽하게 나뉘었고, 계좌당이 아니라 연도당으로 결론났습니다

대법원은 5대 4로 비트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. 고서치 대법관이 다수의견을 썼고(로버츠·알리토·캐버노·잭슨 합류), 배럿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썼습니다(토머스·소토마요르·케이건 합류). 흔히 보는 보수·진보 진영 구도가 아니라는 점도 이 판결이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. 배럿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“법 조문을 가장 자연스럽게 읽으면(the most natural reading of the statute)” 계좌당 계산이 맞다고 썼지만, 다수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.
실제 숫자로 보면 차이가 큽니다. 비트너처럼 5년간 계좌를 여러 개 보유한 경우:
- 계좌당 계산(IRS 주장): 5년 × 보유 계좌 수 × 계좌당 최대 $10,000 = 최대 272만 달러
- 연도당 계산(대법원 판결): 5년 × 연도당 최대 $10,000 = 최대 5만 달러
같은 위반, 같은 사람인데 계산 방식만 바뀌어도 벌금이 50배 넘게 차이 났습니다.
2026년 현재 기준으로 정리하면
Bittner 판결 이후 지금 적용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.

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계산법 변화는 비고의 위반에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. 고의적으로 숨긴 경우는 여전히 계좌별로 산정되고 훨씬 무겁습니다. “몰라서 안 냈다”와 “알면서 안 냈다”의 차이가 이 판결 이후 더 크게 벌어진 셈입니다.
그래서 지금 나에게 뭐가 달라지나
한국 계좌를 여러 개(예금·증권·연금성 계좌 등) 보유한 미국 시민권자·영주권자라면, 뒤늦게 FBAR 미신고를 발견했을 때 예전보다는 벌금 부담이 줄어든 환경입니다. 다만 이 판결이 “안 내도 된다”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. 여전히 신고 의무 자체는 그대로고, 비고의 인증이 가능하면 Streamlined 절차로 벌금 없이 정리할 수 있는 길도 별도로 있습니다. 정확히 내 상황에서 얼마가 나올지는 계좌 개수·기간·고의성 판단에 따라 갈리므로, 미신고를 발견했다면 계산부터 직접 하기보다 전문가와 먼저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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